[2016년 문향 여덟번째] 人莫鑑於流水 而鑑於止水
이름 | 관리자 | 등록일 | 2016-10-01 15:17:10 | 조회수 | 816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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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莫鑑於流水 而鑑於止水
사람들은 흐르는 물을 거울로 삼지 않고
고요한 물을 거울로 삼아 자신을 살핀다
-『장자(莊子)』-
『국어(國語)』라는 역사책에 “물속에 자신을 비춰보지 말고 사람들 안에 자신을 비춰라〔無鑑於水 鑑於人〕”라는 말이 있다.
『장자(莊子)』 「덕충부(德充符)」에 공자(孔子)의 말을 인용한 내용 가운데,
“사람은 흘러가는 물에는 비춰 볼 수가 없고 고요한 물에 비춰 보아야 한다. 오직 고요한 것만이 고요하기를 바라는 모든 것을 고요하게 할 수 있다. 〔人莫鑑於流水 而鑑於止水 唯止能止衆止〕”라고 한 내용이 있다. 이는 당시 죄를 지어 다리가 잘린 노(魯)나라의 왕태(王駘)라는 사람에게 많은 제자들이 모여들자 공자의 제자 상계(常季)가 그 이유를 물은 가운데 나온 이야기이다.
여기서 자신의 형체를 비춰 살펴볼 수 있는 고요한 물이란 비록 신체가 온전하지 못할지라도 부귀와 명예에도 흔들림 없는 인간 본연의 천명을 지키며 살아가는 부동심의 소유자이자 명경지수(明鏡止水) 같은 빈 마음의 소유자 왕태를 말한다.
소리 없이 억겁을 돌고 도는 태양의 강건함과, 달은 차면 이지러졌다 다시 차오르는 자연의 도도한 질서와는 다르게 부귀영화에 너무도 나약하여 중심을 잡지 못하는 인간은 어떻게 고요한 물 같은 마음을 유지할 수 있는가?
소나무나 잣나무는 여름, 겨울 할 것 없이 늘 푸르러 세태 따라 빠르게 변화하는 경박함을 고발하는 대명사이기도 하지만, 우주의 생로병사(生老病死) 순환의 질서 앞에서는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같은 처지를 거스를 순 없어 역시 언젠가는 사라진다.
따라서 영원한 것은 만물이 변한다는 사실 뿐임을 인식하고, 대자연의 순리를 체득하여 목전의 이익으로 구별되는 작은 차이에 현혹되지 말고 물욕과 권세의 위협에도 흔들리지 않는 부동심의 자세를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대자연의 조화로움은 모든 생명체가 결국 한 덩어리의 유한한 생명체로서 각자 주어진 길을 찾는 것이고 이 과정이 조화롭게 되기 위해서는 죽음까지도 초월할 수 있는 텅 빈 마음을 갖도록 노력할 때 먼지도 앉지 못하는 맑은 거울 같은 고요한 물에 이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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